the question that drives us

"법대에 왜 왔어요?"
"대학에서 뭐 하고 싶어요?"

몇달 후, 내가 새내기가 더이상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06학번 후배들에게 한번 쯤 물어볼 질문들이다. 그렇다고 일년 선배인 내가 이 질문들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작년 겨울에 합격하고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답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다. 법대에 합격하고 나서 법대에 온 이유를 생각한다는 것은 모순적인 행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고등학교때까지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 슬픈 현실의 한 모습인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무한한 가능성의 장에서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리라!'는 다소 막연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목표를 터질 듯한 가슴에 꽉 채우고 학기를 시작한 생각이 난다. 갑작스레 쏟아진 자유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법대에 들어오니 사법시험은 법대생의 최후방어선이 아니라 전제가 됨을 느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내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상상했던 무한한 가능성이 사법시험이라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는 것 같아 억울함을 느꼈다. 은근히 반항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새 동기들과 사법시험에 합격한 선배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고시학원을 다녀야하나 하고 고민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 자신이 그토록 낯설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다. 눈을 감고 외면하려 했던 질문들은 여전히 내 앞에 버티면서 나를 흔들어 깨운다.

법대에 왜 왔는가? 뭐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우리는 삽시간에 뚜렷하고 명확한 목표(사법시험)를 잃은 채 규정되지 않은 불안의 소용돌이에 휩싸임을 느낀다. 이 질문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가능성에는 필연적으로 불안이 따르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자체가 나쁘다거나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자신이 사법시험을 원해서 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게 대세라서 보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사법시험이라는 것에 온 힘을 쏟기 전에 나는 '왜' 이것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는 것은 짧은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왜 굳이 그렇게 해야하느냐고도 물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길이라면 분명 검증되고 안정된 길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에리히 프롬이 한 말이 생각난다.

다른 생각에 의하지 않고 다만 딴 사람들의 기대에 일치함으로써 자기의 동일성에 대한 의심이 가라앉고 일종의 안정감이 주어진다. 그렇지만 지불되는 대가는 비싸다. 자발성과 개성을 포기하는 일은 생명의 저해를 가져온다. 심리적으로 자동인형처럼 되어 있다면 비록 생물학적으론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죽어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자유에서의 도피 中)

 굳이 프롬처럼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아무 생각없이 한 가지 가능성에만 자신을 한정시킨다면 인생이 너무 아깝고 재미없지 않을까. 최대한 많은 가능성들을 찾아보고 체험해 본다는 것. 그리고 그 중에서 자신이 정말 미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젊음에게 주어진 소중한 특권이 아닐까.

오늘도 질문은 계속된다. 여기에 왜 있는가? 뭐 하고 싶은가?

 

by sixpence | 2005/12/13 03:49 | 주절주절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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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rossover at 2006/01/19 02:15

제목 : 원을 그리는 두 가지 방법.
“법대에 왜 왔어요?” “대학교에서 뭐 하고 싶어요?” 처음 만나는 선배와 인사만 나누고 나면, 그리고 약간 진지한 이야기가 시작될 타이밍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저 질문.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오십 명도 넘는 사람들이 전부다 묻기 시작하면 피곤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지겹다, 이제. 선배들도 뭐 저걸 꼭 물어보고 싶겠는가. 우리들도 새내기 시절에 식상하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무 이야기도 안 하자니 뻘쭘하고. 화젯거리는 잘 안 떠오르고. 제 살 발라먹는 심정으로 오늘도 또 묻는다. ......more

Commented by stella at 2005/12/13 22:37
공감..언제나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야 할 듯..
Commented by oss at 2005/12/14 10:52
지배계급에 포섭돼서 거만과 겸손을 섞어 호의호식하는 게 꿈이에염^^
Commented by 아메바정 at 2005/12/14 11:54
삶을 즐기기 위해 사는거야! 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요즘엔 일에 치여서 '하하~그래도 행복해~'하는 매저키스트가 된 기분이야.
Commented by sixpence at 2005/12/14 16:46
oss//그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ㅋ
아메바정//풉-^^; 그런 니 모습 막 상상중-
Commented by 신세짱 at 2005/12/14 20:05
고민은, 쭈욱,
Commented by Aphrodite at 2005/12/16 22:14
역시 승현이의 생각들은....정말 대단!!!
잘 읽고 가요^^ 언제 솔이랑 만나자고!! 문제는 솔이가 지금 바쁜 시기라네요..ㅠ.ㅠ
Commented by sixpence at 2005/12/18 02:27
아앗 그렇구나ㅠ 시간 나는대로 얼렁 보자-나도 여행 갔다와서 바로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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